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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배경과 역사, 그리고 필요성

시설 밖으로 나가는 길

본문

 
 지역사회로부터 분리되어 개인의 인권이나, 자기 선택권 등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갖지 못하고 획일화된 집단생활을 강요받는 곳이 시설이다. 이러한 폐쇄적인 시설 중에 상당수 장애인거주시설, 정신요양시설 등에서 장애인에 대한 학대와 폭행 등의 인권침해 행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2020년 보건복지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장애인거주시설 총 1,557개소에 약 3만 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지난 제23차 장애인 정책조정위원회를 통해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통한 탈시설의 내용을 담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지원 단계별 이행안’을 발표했다. 탈시설 단계별 이행안의 내용이 그동안 장애인단체의 오랜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정착하기 위한 탈시설이 지역사회 인프라 없이 추진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다. 이에 <함께걸음> 9.10월호 특집 기획 기사에서 박숙경 교수(경희대 후마 니타스칼리지)를 통해 탈시설 배경과 흐름 및 필요성을, 김정하 활동가(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장애인 탈시설 정책의 내용과 개선점을, 그리고 2020년 12월에 발의된 「탈시설 지원법」의 대표발의자인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서면 인터뷰를 담아 장애인당사자의 의사결정권과 권익보장을 담보할 수 있는 탈시설의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또한 실효적인 탈시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의견을 담고자 한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승마클럽에서 장애인 정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박숙경 교수(경희대 후마 니타스칼리지)를 만나, 탈시설 운동의 배경과 역사, 그리고 필요성, 의미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보았다.
 
조태흥(이하 조) 우선 탈시설 운동을 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박숙경(이하 박) 2004년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팀장을 맡게 되었는데, 당시 미신고시설에서 발생하는 인권유린과 학대, 노동착취의 현실들을 접하면서 이 일에 대한 작은 사명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시설이란 공간에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문제들. 즉, 시설에서 거주자들이 어떠한 죽임을 당하더라도 그 누구한테도 인식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장애인 문제의 이슈들이 있지만 장애인시설의 문제, 탈시설의 문제는 나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서라도 해야 하는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할 수 있었고 당시 함께하였던 동료들의 도움도 컸습니다. 
 
한마디로 탈시설이란?
일반적인 탈시설의 개념은 집단생활이 이뤄지는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의 주택에서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우며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 이를 위해 스스로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사회가 보장하고, 적 극적으로 구현해나가는 것입니다. 당사자 측면에 있어서 탈시설은 자유로운 삶, 본인의 선택권이 보장되는 삶. 자신의 꿈을 갖고 만들어 나아갈 수 있는 삶의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의미로 탈시설은 오랜 시설 생활에서 인간이 길들여지고, 무기력해지고, 자존감이 무너지고 사회적 감각이 실종되어가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또한 심리적 지원, 물리적인 환경의 변화, 다양한 자극과 관계, 자신의 꿈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의미하며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탈시설을 주장할 당시 사회적 배경은 어떠했나요?
당시에는 탈시설이란 말이 불온시 되어서 시설정책단이란 이름을 붙여 토론회 등을 개최하던 시대였습니다. 탈시설이라는 용어는 2010년이 지나서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탈시설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시설에서 발생되는 시설거주인의 인권 문제와 민간에서 운영되었던 시설의 운영비였던 정부 보조금과 후원금 착복 문제, 비민주적인 운영 등의 구조적인 문제가 먼저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시설에서의 인권 문제 개선과 재정의 투명성, 민주적인 운영 등의 문제점들이 해결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고 탈시설이란 해결방안을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탈시설에 대한 사회적 배경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초 <함께걸음>에서 처음 문제를 제기
탈시설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탈시설 문제를 얘기하기 전에 1980년대 후반부터 시설 거주자에 대한 인권유린과 노동착취, 비민주적인 운영구조의 문제, 시설운영비 착복의 문제들은 끊임없이 제기되던 상황이었습니다. 1987년 한 검사로부터 ‘형제복지원’에 거주하는 3,000여 명의 비인권적인 상황과 학대, 폭력, 심지어 죽음이 은폐되는 충격적인 현실들이 폭로되었습니다. 하지만 폭로와 이슈화만 됐을 뿐 시설의 비인권적이고 비민주적인 운영의 모습들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형제복지원’의 대표는 사건의 책임을 지기는커녕 2010년대 후반까지도 사회복지계 중책을 맡아 활동을 하였습니다. 이후 수심원, 믿음의집 등의 시설 문제가 르포 형태로 연이어 보도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장애인시설의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단체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함께걸음>이었고, 1992-3년쯤에 시설의 문제를 사진전을 통해 제기했었습니다. 철원에 있던 성남복지재단 은혜원 사건을 담은 사진전이었습니다.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장애인시설의 관리 책임 이관 때부터 장애인 IL센터, 장애인인권단체 중심의 탈시설 운동이 활발히 전개 
이후 2000년에 들어서도 장애인거주시설에서의 인권침해 사건은 계속되었습니다. 성람재단 사건, 석암 베데스다 사건, 김포 사랑의집 사건, 성실정양원 사건, 은혜사랑의집 사건 등이 계속 발생했습니다. 이중 은혜사랑의집 사건은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성실정양원 사건은 연구소의 <함께걸음>에서 조사를 맡았습니다. 이때 (2004년)부터 운동적 흐름과 정책적 개선 운동의 방향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성실정양원 사건 조사를 하면서 국내 최초로 216명의 시설 거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1:1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조사과정에서 강제적인 철야 예배행위, 노동착취, 안수기도를 빙자한 거주 장애인들에 대한 폭행, 죽음 등의 인권유린 행태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며, 정부지원금 착복의 문제도 밝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비인권적인 시설의 행위가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2002년에 정부에서 실시하였던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이었고, 서류상 양식만 갖추면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았던 때이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후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화 정책으로 장애인시설의 책임은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옮기게 되었고, 이때부터 장애인IL센터, 장애인인권단체 중심의 탈시설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탈시설’이란 이름의 운동은 2010년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숙경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당시 장애인단체나 학계, 시설에서는 어떠한 목소리를 냈나요? 
당시 장애인단체는 관심이 없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함께걸음>만이 시설 문제에 관심을 두고 르포 형태로 보도하며 현장 조사 등의 활동을 펼쳤던 것이 장애인단체에선 유일한 움직임이었습니다. 시민단체들도 깊은 관심을 두고 있지 못하였기에 연대활동도 어려웠습니다. 학계에서는 사회복지 중 장애 분야에서 활동하시던 조한진 교수님과 유동철 교수님 정도만이 활동하셨고, 사회복지 학자들 대부분이 무관심하거나 오히려 시설을 지지하는 태도에 더 가까웠습니다. 다만 인권운동사랑방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일부 인권단체들이 지지하고 함께 활동하였습니다. 정신장애 쪽과 정신과 의사 중 일부, 법학자와 임성택 변호사님, 곽노현 1기 탈시설 정책위원장, 김형식 교수 (전)유엔장애인권리위원이 동참해주신 정도였고 시설 쪽은 당연히 강하게 반발하는 태도였습니다.
 
시설 밖 지역사회의 서비스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도 사실인데?
우리 사회는 먼저 환경을 만들고 일을 진행하자고 했을 때, 이른 시간에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나의 예를 들면 88서울올림픽 때, 장애인편의시설 증진을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였지만 10여 년이 넘는 긴 투쟁 끝에 2000년대 이후에서야 설치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문제를 합리적으로 인지하고 제도적 기반을 만든 뒤 인프라를 바꾼다는 합리적인 사고의 시스템이 한국 사회에선 작동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움직이는 사회가 한국 사회입니다. 그렇기에 탈시설 정책도 지역사회 서비스체계 구축과 탈시설은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시설 종사자들의 거취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탈시설은 서비스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의 존엄하고 자유롭고 보편적인 삶을 위해 더 다양하고 섬세한 서비스가 있어야 합니다. 이는 거시적으로 보면 사회서비스계의 새로운 산업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환기에 정부가 복지서비스의 구조를 다양화한다면 시설 종사자들의 활동 영역이 지금보다 더욱 확장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정부가 이행안에서 시설의 소규모화를 거론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건 완전히 잘못된 정책적 발상이며 결과론적으로 탈시설 정책의 패착이 될 것이라 봅니다. 유럽인권위원회 탈시설 가이드라인에 담겨 있는 그룹홈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참고해 볼 수 있습니다. 그룹홈 또는 거주지원과 유사한 지원은(직원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아파트 또는 단독주택에, 아동 또는 성인이 집단으로 함께 생활하는 것) 탈시설화의 과정에서 점점 더 많이 사용됩니다. 그러나 그룹홈은 시설에 대한 주요한 대안이 될 수 없으며, 그룹홈을 발전시키는 것은 조심스럽게 고려해야 합니다. 
 
선택권, 제한은 없어야!
유럽인권위원회(Council of Europe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는 그룹홈에 대한 몇 가지의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제한받고, 물리적으로 주택가에 거주하지만, 지역사회로부터 그들이 분리당하여 그룹홈은 종종 시설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동이나 성인을 지역사회 내에서 군집화하여 집단으로써 관심을 끌게 하는 것보다 개별적이고 다른 이웃들의 한 부분이 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게다가 그룹홈을 주거지로 지원 서비스들을 연계하면 사람들이 어디에 살 것인지에 관한 선택지에 제약이 생기게 됩니다. 제도적으로 장애아동을 그룹홈에 연계하는 것과 동등한 만큼 예방, 재통합 또는 가족에 기반을 둔 지원에 연계하지 않는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합니다.
 
가족과의 재통합과 가족과 연계된 지원 시스템이 중요 
동시에, 가족과 같은 환경과 작은 그룹홈 모양의 작은 규모의 거주 지원은 만약 그것이 아동에 대한 최선의 이익이(예를 들어, 지속해서 지원연계에 실패하는 경우) 되거나, 또는 아동이나 젊은 사람 자신이 충분히 정보를 받은 다음, 내린 결정에 근거한다면, 일시적이거나 또는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이런 세팅을 사용하고 적절한 지원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항상 제한적인 경우에만 적용되어야 하는데, 전문적인 사정은 아동 개개인의 우려와 관심에 따라 발전되고 그들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모든 거주 지원의 목표는 “일시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아동의 가족들의 재통합할 수 있도록 기여 활동을 하거나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대안적인 가족 세팅에서 안정적인 지원을 지원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진정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들을 제공해야! 
노인을 위해서, 그룹홈과 같은 거주 지원 마련은 때로 사려 깊은 바람직한 옵션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회사 동료들과 즐겁게 지내고 일반적인 서비스(식당과 다른 설비와 같은 것들)를 누리는 동안 자신의 재산을 사용하고 자신의 집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대안적인 지역사회에 기반한 옵션의 범위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진정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들을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집단시설로 거처를 옮기거나 나머지 사회로부터 그들 스스로 거리를 유지하려는 노인들의 ‘선택’이 사회적으로 노인을 ‘짐’으로 바라본다는 시선에 영향을 받았다는 점은 반드시 알려져야 합니다.
 
그룹홈(소규모화)은 탈시설화 전략의 한 부분일 뿐 기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요약하자면, 그룹홈은 탈시설화 전략의 한 부분으로 발전되었지만, 사정 결과 긍정적인 지원 선택이라고 보이는 소수의 이용자만을 위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룹홈은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의 원칙을 구현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본 해결책으로 여겨져서는 안 됩니다. 환경적인 장벽들을 제거하는데 투자하고, 접근 가능한 주택을 제공하고, 주택 지원을 발전시키고 아동을 위한 가족 기반 대안적인 옵션을 발달시키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해야 합니다.
 
탈시설 이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정책의 방향이 바로 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탈시설 이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시설거주인들의 인권 보호와 권익증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시설운영자들이 이해관계에 우선하여 탈시설 정책이 추진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신들이 원치 않는 장애로 인해 가족과 사회, 자신이 추구해나갈 꿈과 기회로부터 분리되고 억압되어 온 사람(장애인)들의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아 주어야 합니다. 또한 모두에게 공정하고 행복한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탈시설이 필요 한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당사자들의 목소리와 선택권이 존중되고 보장되어야 합니다.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신다면?
사람이 우선이지 절대, 제도가 우선이 돼서는 안 됩니다. 인권운동으로 시작해서 연구, 법인 운영을 해 본 제 경험이 그렇게 말해줍니다. 결국 귀착되는 건 사람과의 관계입니다. ‘탈시설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따지는 가부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떻게 우리가 함께 길을 찾아 나갈 것인가의 과정이고, 사회적 관계 방식의 문제입니다. 
작성자조태흥 센터장  heung01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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