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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 장애인법은 우리가 함께 합니다

장애인법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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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이 살아가기에 대한민국이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꾸준히 일어나는 장애인들의 운동과 투쟁, 활동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러한 대한민국 사회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고 제도적인 부분, 특히 법과 관련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노력하는 곳이 있다.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세미나를 하고 있는데, 곧 100번째 모임이 다가올 정도로 오랜 기간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다. 이렇게 의미있는 곳은 <함께걸음>에도 반드시 소개해야 한다. 바로 ‘장애인법연구회’다.
 
장애인법연구회의 시작과 활동
사단법인 장애인법연구회(아래 연구회)는 정기적인 공부 모임(월례 세미나)을 통해 장애인 관련 법과 제도를 연구하고, 장애인의 인권 신장을 위한 이슈를 발굴하고 있다. 변호사, 검사, 판사, 법학교수뿐만 아니라 장애인단체 활동가, 예비법률가, 장애인 관련 전문가 등 각 분야의 다양한 회원들이 모여 장애인의 인권과 법에 대해 공부하며 토론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의 인권신장을 위한 공익소송, 제도개선, 정책제안, 입법운동, 국제연대 등의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기도 하다. 이 연구회의 설립 계기와 지금까지의 활동에 대해 이주언 사무국장과 정다혜 상근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주언 “지금은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부의장이 되신 김미연 위원님이 P&A(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관한 세미나에서 임성택 회장님의 발표를 들으셨대요. 이 만남을 계기로 장애인권 문제를 함께 고민할 법률가 그룹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연구회는 2011년에 장애인권과 장애인법에 관심이 있는 법률가들의 공부모임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매달 월례 세미나를 개최해 왔는데 올해로 90회가 되었어요. 지금은 정회원 50여 명, 소식지를 받는 분들이 190여 명에 달하는 단체가 되었어요.”

정다혜 “연구회의 회원은 정회원과 준회원으로 나누고 있고요. 정회원은 위에 소개한 법률가 또는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고, 로스쿨생이나 대학원생은 연구회에 가입할 경우 준회원으로 하여 구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꼭 회원이 아니더라도 저희 연구회에 관심을 주시는 분이나 단체에는 연구회의 월례 세미나 일정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과 소식을 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매월 월례 세미나를 꾸준히 개최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90회에 달하는 기간 동안 꾸준히 지속하며 장애인권과 장애인법에 관련하여 활동을 해온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확산된 작년 이후에도 대면·비대면을 통한 월례 세미나를 계속하고 있다.

정다혜 “저는 작년 5월부터 연구회에서 상근변호사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아쉬운 게, 제가 일하기 시작한 시점이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있던 시기라서 온전히 대면으로만 하는 월례 세미나를 아직 해보지 못했어요. 대면과 비대면을 병행하거나 비대면으로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렇지만 연구회에서 1년여의 활동을 통해 ‘코로나19와 장애’에 관한 연구도 하는 등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정 변호사가 언급한 ‘코로나19와 장애’ 연구는 연구회 소속 변호사들이 함께 모여서 코로나19 사태에서 장애인거주시설, 자가격리, 건강권, 이동권, 교육권, 정보접근권으로 총 6개의 카테고리를 정해서 한 연구를 말한다. 장애인의 권리가 특히 취약하게 되는 6가지 지점을 포괄적으로 모아서 연구를 했다는 점에서 정말 의미가 있다. 각 카테고리별로 피해 사례들을 파악하고 영역별로 관련된 법률이나 지침이 어떠한지 현황을 체크하고,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 연구가 1차였고, 올해 2차 연구를 하고 있다. 

정다혜 “2차 연구는 유엔이나 국제기구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에 대해서 파악하고 그 가이드라인의 내용에 비추어 봤을 때, 우리나라의 사례들이 어떤 식으로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정리해보자는 거죠. 국문과 영문으로 발간하려고 하는데 코로나19 사태에서 장애와 관련된 포괄적이고 업데이트된 연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만약 1차 연구로 끝났다면 작년에 비해 올해 바뀐 내용들을 업데이트하지 못했을 텐데, 연구를 계속하게 되면서 업데이트도 할 수 있게 되어서 이 부분이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이 연구로 토론회도 하고 연구보고서도 내는 등 관련해서 계속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

그런데 곧 100번째 월례 세미나를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연구회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특히 장애인 당사자들로 구성된 단체나 모임에서 더욱 그렇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법률적으로 자문이 필요하거나 인권 침해를 당했을 때 변호사는 꼭 필요한데, 장애인법을 연구하는 변호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연구회를 잘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연구회의 홍보가 부족한 이유일까?

이주언 “제 생각엔 아마도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변호사들을 좀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변호사의 이미지인 것 같은데 연구회와 같이 일을 한번이라도 해보시면 그런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장애인 당사자들이 인권 문제를 주도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연구회는 언제나 열어두고 다양한 이슈에서 법률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최대한 지원해 드리려고 하고 있어요. 저희도 연구회를 많이 알릴 필요가 있는데, 사실 연구회를 사단법인으로 만들었지만 그동안은 상근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프로보노 재능기부 형식으로 주된 일이 따로 있으면서 그때그때 일이 있으면 같이 하고 끝이었지 뭔가 조직적·연속적으로 홍보를 하거나 체계를 세우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작년에 정 변호사가 처음으로 상근변호사로 들어온 덕분에 조금씩 체계가 갖춰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장애인법연구회의 활동 모습
 
장애인법 관련에는 늘 연구회가 있습니다
연구회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단체가 시작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상근하는 사람도 없이 지속되어 온 ‘생명력’이다. 연구회에 대한 회원들의 애정과 자발적인 참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랫동안 지속성을 유지해온 연구회의 토대가 잘 잡혀진 덕분에 작년부터 상근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 변호사도 많은 성취감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정다혜 “연구회 상근변호사로 일하기 시작한 뒤 1년 사이에 정말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많은 경험을 했어요. 연구회의 장점이 뚜렷하고 회원님들이 그동안 너무 잘 참여해 주신 덕분에 쉽고 빠르게 연구회에 적응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인터뷰에는 제가 나왔지만, 가장 많이 소개해 드리고 주목받아야 하는 분들은 10년 가까이 꾸준히 참여해 주신 수많은 회원분들이 아닐까요? 저는 상근변호사인 만큼 앞으로 연구회 홈페이지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활용해서 연구회를 꾸준히 홍보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보려고 해요.”

장애와 관련된 법은 정말 다양하게 있지만,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게 ‘장애인복지법 제15조’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이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정된 법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장애인은 해당 법의 제15조 규정에 따라 복지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데에 제한을 받는다. 그래서 최근 정신장애인이 차별을 받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구회도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를 위한 활동에 꾸준히 함께 했다.  
 
이주언 사무국장과 정다혜 상근변호사(왼쪽부터) 
 
이주언 “장애인 중에서도 정신장애인은 특히 사회적으로 더 취약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사회적 낙인, 편견과 차별은 더 심한데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에서는 배제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연구회의 염형국 이사님을 포함하여 여러 회원들이 정신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고,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루어진 개정안 발의를 환영하고,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뿐만 아니라 울력과 품앗이, 1층이 있는 삶, 시, 청각장애인의 정당한 영화관람을 위한 공익소송 등 최근 장애계에서 이루어진 굵직한 활동들에는 연구회 이름으로 또는 연구회 회원들이 꼭 함께하고 있다. 조금 과거의 이야기지만, 대한민국 NGO민간보고서 심의에도 연구회가 함께 참여했다.

이주언 “201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대한민국의 NGO민간보고서 심의가 있었어요. 그 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을 연구회도 함께 했었고, 제네바에도 활동가들과 함께 가서 심의기간 동안 밤새면서 심의를 준비했었어요. 심의에서 정확하지 않은 답변이 있으면 쉬는 시간에 위원들에게 뛰어가서 사실과 다르다거나 이러이러한 걸 요구하면서 저희의 의견을 분명하게 전달했어요. 최종 견해에 NGO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게끔 했거든요. 실제로도 최종 견해에 저희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고요. 그때 NGO활동가들에게도 많이 배우고, 엄청 재밌고 유익한 경험이었어요.”
 
이 외에도 연구회 회원들 중 희망하는 사람들끼리 장애관련 판례 스터디를 진행했고, 앞으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연구모임(가제)을 모집할 계획이다. 개인통보제도 활용과 선택의정서 비준은 하반기 대한민국 장애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이미 개인통보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다른 곳의 사례 등을 공부하는 모임을 통해 다가오는 장애계 이슈를 미리 준비하려고 한다.
 
장애인법연구회의 활동 모습                                 비대면으로 진행한 월례 세미나
 
연구회가 있는 한, 장애계 미래는 밝다
이주언 변호사는 연구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장수 회원’ 중 한 명이다. 월례 세미나가 90회에 이르는 동안 많은 세미나에 참여했고, 또 연구회의 다양한 활동에도 함께하면서 연구회에 많은 애정이 담겨 있을 것 같아 이 변호사가 생각하는 연구회에 대해 물어봤다. 이 변호사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던 정 변호사도 연구회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주언 “저에게 연구회에서 월례 세미나가 정말 소중했어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로펌에서 일하면서 정말 바쁘고 힘들고 밤도 자주 샜는데, 한 달에 한 번 연구회 월례 세미나를 가는 게 저의 낙이었어요. 회사 사람들이 다 알고 있을 정도로 계속 갔었죠. 그리고 가서 사람들로부터 장애인권의 이야기를 법률과 연계하거나 어려움을 들으면서 새롭게 알아가는 것들이 너무 좋았고 부족한 현실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 문제들에 대해서 공감하는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로펌에 가서 밤새 일했는데, 그 로펌으로 돌아가는 밤길이 너무 설레고 저한테는 정말 비타민 같았어요.”

정다혜 “제가 로스쿨 2학년 때 실무 수습을 사단법인 두루에서 했는데, 그때 이 변호사님이 장애인권과 관련된 모임이라고 연구회를 소개해 주셨어요. 이 변호사님이 연구회를 정말 활력이 있는 모임이라고 해주셔서 궁금했어요. 그래서 당시 같이 수습하던 동기들과 연구회 월례 세미나에 갔었거든요. 그렇게 처음 갔던 연구회 월례 세미나 발제자가 전지혜 인천대학교 교수님이셨는데, 변호사님들을 비롯해 당시 모인 회원님들이 자발적으로 뜨겁게 공부하시고 서로 소통하시는 등 서로 화합하는 모습이 너무 따뜻하고 좋았거든요. 덕분에 저도 엄청 힘을 받았고 빨리 졸업하고 연구회에 가입하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연구회의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며 본인들의 활동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두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시 장애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자 입장에서 괜히 마음이 든든해진다. 장애인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고 인권을 보장받으며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법’인데, 이렇게 장애인과 관련된 법을 꾸준히 연구하고 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 연구회가 있는 한 장애계의 미래는 분명히 밝을 것이다.

이주언 “2018년에 연구회가 ‘미국 장애인법의 경험과 한국 적용’을 주제로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하면서 미국의 농인 법률가인 마이클 슈와츠 교수님을 발제자로 초청하였습니다. 그때 교수님과 한국의 농인 청년들이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농인 청년들에게는 농인 법률가를 처음 만나는 경험이었다고 해요. 우리나라에는 아직 농인 법률가가 없거든요. 하지만 곧 생기겠죠? 지금 연구회에는 장애인 법률가,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세요. 장애인법에 관심이 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연구회를 통해 함께 장애인법을 연구하고 소송, 입법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하여 ‘장애가 장애물이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2018년 연구회가 개최했던 ‘미국 장애인법의 경험과 한국 적용’ 국제컨퍼런스에서의 단체사진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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